영양

마라톤 영양 가이드: 대회 전 카보로딩부터 레이스 중 보급까지

마라톤 완주와 기록을 좌우하는 영양 전략을 정리했습니다. 카보로딩 방법, 대회 아침 식사, 레이스 중 시간당 탄수화물 섭취량과 젤 타이밍, 회복 식사까지 단계별로 알려드립니다.

마라톤은 다리가 아니라 글리코겐으로 달립니다

마라톤에서 30km 이후 갑자기 다리가 풀리고 페이스가 무너지는 현상, 이른바 "벽(wall)"의 가장 큰 원인은 체내 탄수화물 저장고인 글리코겐 고갈이에요. 우리 몸이 근육과 간에 저장할 수 있는 글리코겐은 약 2,000kcal 안팎으로, 풀코스를 완주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보다 부족합니다. 그래서 마라톤은 훈련만큼이나 영양 전략이 기록을 좌우해요.

영양 전략은 크게 네 구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. 대회 2~3일 전(카보로딩), 대회 당일 아침, 레이스 중, 그리고 완주 후 회복이에요. 구간별로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 따로 계획해야 합니다.

대회 2~3일 전: 카보로딩

카보로딩(carb loading)은 대회 전 며칠간 탄수화물 섭취 비중을 크게 올려 글리코겐 저장고를 가득 채우는 방법이에요. 근육이 글리코겐을 충분히 채우는 데는 3648시간이 필요하므로, 대회 23일 전부터 시작하면 충분합니다.

  • 권장량은 체중 1kg당 하루 812g의 탄수화물이에요. 체중 65kg 러너라면 하루 520780g 수준입니다.
  • 밥, 빵, 면, 감자, 바나나, 떡처럼 소화가 잘 되는 탄수화물 위주로 드세요.
  • 총 칼로리를 늘리는 게 아니라 탄수화물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에요. 지방과 식이섬유 비중을 줄여 위장 부담을 낮추세요.
  • 카보로딩 중 체중이 1~2kg 늘어나는 건 정상이에요. 글리코겐 1g은 물 3g과 함께 저장되기 때문으로, 이 수분은 레이스 후반에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.

한 번에 몰아서 먹기보다 하루 4~5끼로 나눠 먹으면 위장 부담 없이 목표량을 채울 수 있어요.

대회 당일 아침: 3시간 전, 익숙한 음식으로

대회 아침 식사의 목표는 밤새 소모된 간 글리코겐을 다시 채우는 것이에요.

  • 출발 34시간 전에 체중 1kg당 14g의 탄수화물을 섭취하세요. 65kg 러너 기준 최소 65g, 밥 한 공기와 바나나 한두 개 정도입니다.
  • 흰쌀밥, 흰 빵, 바나나, 꿀, 스포츠음료처럼 소화가 빠르고 섬유질이 적은 음식이 좋아요.
  • 대회 날 처음 먹어보는 음식은 절대 금물이에요. 장거리 훈련 때 먹어본 메뉴를 그대로 재현하세요.
  • 출발 15~30분 전에 젤 하나 또는 바나나 반 개를 추가로 먹으면 초반 에너지를 보탤 수 있어요.

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다면 평소대로 드세요. 카페인은 지구력 운동 수행 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, 평소 안 마시던 사람이 대회 날 처음 시도하는 건 위장 트러블 위험이 있습니다.

레이스 중: 시간당 30~90g의 탄수화물

레이스 중 보급의 기준은 "시간당 탄수화물 섭취량"이에요. 수준과 완주 예상 시간에 따라 목표가 달라집니다.

  • 첫 풀코스 도전 또는 4시간 30분 이상 완주 목표: 시간당 30~60g
  • 서브4 전후의 중급 러너: 시간당 60g 전후
  • 고도로 훈련된 러너: 시간당 최대 90g (포도당과 과당이 2:1로 배합된 제품 필요)

일반적인 에너지젤 하나에는 탄수화물이 2025g 들어 있어요. 시간당 60g을 목표로 한다면 2025분에 하나씩 먹는 셈입니다.

젤 타이밍의 원칙

  • 첫 젤은 출발 후 30~40분에 드세요. 초반에는 아침 식사로 채운 글리코겐이 남아 있습니다.
  • 이후에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세요. "허기지면 먹는다"는 이미 늦은 타이밍이에요.
  • 젤은 반드시 물과 함께 삼키세요. 스포츠음료와 같이 먹으면 당 농도가 너무 높아져 위장 트러블이 생길 수 있어요.
  • 4시간 완주 기준 젤 5~7개가 필요해요. 코스 보급소에서 주는 것에만 의존하지 말고 직접 휴대하세요.

장 훈련(Gut Training)도 훈련입니다

위장도 근육처럼 훈련이 필요해요. 장거리 훈련(LSD) 때마다 대회에서 쓸 젤과 음료를 같은 타이밍으로 먹는 연습을 하세요. 최소 3~4번의 리허설을 거치면 대회 날 위장 트러블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.

완주 후: 회복의 골든타임

완주 직후 30분~1시간은 글리코겐 재합성이 가장 활발한 시간이에요.

  • 완주 후 가능한 한 빨리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3:1~4:1 비율로 섭취하세요. 초코우유, 바나나와 단백질음료 조합이 간편하고 효과적이에요.
  • 이후 2시간 이내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세요. 밥, 고기, 채소가 고루 있는 한식이 좋습니다.
  • 수분과 전해질도 함께 보충하세요. 소변 색이 연한 노란색으로 돌아올 때까지 꾸준히 마시면 됩니다.

흔한 실수 정리

  • 대회 전날 밤 과식: 카보로딩은 2~3일에 걸쳐 하는 것이지, 전날 밤 폭식이 아니에요. 전날 저녁은 평소보다 약간 많은 정도로 일찍 드세요.
  • 대회 날 새로운 시도: 새 젤, 새 음료, 새 아침 메뉴는 모두 금물입니다. 모든 것을 훈련에서 검증하세요.
  • 보급 타이밍을 놓치는 것: 힘들다고 느낀 뒤에 먹으면 흡수까지 15~20분이 걸려 이미 늦어요. 시계를 보고 기계적으로 드세요.
  • 물 없이 젤만 먹는 것: 흡수가 느려지고 위장 트러블의 지름길이에요.

영양 전략은 화려할 필요가 없습니다. 검증된 음식을, 정해진 타이밍에, 필요한 만큼. 이 세 가지만 지켜도 30km 이후의 레이스가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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